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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호 감독, 박찬혁 대표 동반 사퇴...한화 새 리더 찾기도 힘겹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최원호 감독과 박찬혁 대표이사가 함께 사퇴했다"고 27일 밝혔다. 한화는 27일 기준으로 8위(승률 0.420, 21승 1무 29패)에 그치고 있다. 9위였던 지난해(0.420)와 같은 승률이다.한화 구단은 "정경배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으로 팀을 지휘한다. 빠른 시일 내에 차기 감독을 선임해 팀을 수습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구단 수장인 박찬혁 대표도 사퇴한 가운데, 손혁 단장만으로는 추진력을 갖기 어려워 보인다. 어수선한 분위기를 수습할 감독이라면 '경력직'이 유리하다. 한화는 김성근 감독 경질 이후 KBO리그 1군 지휘 경험이 없는 사령탑들을 임명했지만, 결과적으로 모두 실패했다. 현재 구단 내부에도 무게감 있는 인사가 보이지 않는다.현 상황에서 한화가 선택할 수 있는 중량급 지도자로는 류지현 전 LG 트윈스 감독(현 KBSN 스포츠 해설위원)이 꼽힌다. 류 위원은 LG에서 2년 동안 159승(승률 0.585)을 거뒀다. 이 기간 KBO리그에서 승률 1위를 기록했다. 다만 2022년 한국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하고 재계약에 실패했다. 류 위원 외엔 국가대표팀을 맡았던 선동열, 김경문 전 감독도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손혁 한화 단장은 "당장 '어떤 감독을 뽑겠다. 이런 기준으로 보겠다'고 말하긴 어렵다"며 "팀을 잘 추스르고 구단 목표를 잘 이뤄주실 분을 모시려고 한다. 빠르게 후보자를 찾아 리더십 공백을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누가 오더라도 무너질 대로 무너진 한화를 재건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3월만 해도 한화에는 장밋빛 기대가 가득했다. 지난겨울 류현진(8년 170억원)과 안치홍(4+2년 72억원)을 영입하며 전력을 보강했다. 한화는 3월을 7연승으로 마치며 1위(7승 1패)로 마무리했다.한화는 거짓말처럼 제자리로 돌아갔다. 4월 이후 14승 1무 28패로 추락했다. 시즌 슬로건으로 'Different Us(달라진 우리)'와 'Rebuilding is Over(재건은 끝났다)'를 내세웠지만, 성적은 달라지지 않았고 리빌딩은 여전히 필요했다.큰 기대는 더 큰 실망으로 돌아왔다. 시즌을 약 35% 소화한 가운데 한화 구단 매진 타이기록(21회)을 세울 정도로 뜨거웠던 여론은 한화 선수단을 저격하기 시작했다. 홈경기 패배 때면 어렵지 않게 "감독 사퇴"를 외치는 고성이 들렸다. 최원호 감독도 4월부터 사퇴를 생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 관계자는 "4월 말 연패 중에 최원호 감독이 손혁 단장과의 자리에서 몇 차례 사퇴 의사를 표현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시간이 지나도 한화는 달라지지 않았다. 5월 말 들어 반등했지만 하위권 탈출이 쉽지 않았다. 결국 5월 23일에는 최하위까지 떨어졌다. 최원호 감독은 이날 사퇴 의사를 구단에 전했다. 결국 사흘 뒤인 26일 구단이 최종 결정을 내리면서 '최원호 체제'는 1년 만에 막을 내렸다. 최원호 감독이 물러나면서 한화의 '감독 잔혹사' 역사도 더해졌다. 한화는 지난 2010년 한대화 감독이 부임한 이래 15년 동안 총 6명의 정식 감독을 선임했다. 하지만 이들 중 계약 기간을 채운 이는 김응용 감독(2013~2014)뿐이다.김응용 감독 이후 4명은 모두 계약 기간 중 지휘봉을 내려놨다. 김성근(경질) 한용덕(자진 사퇴) 카를로스 수베로(경질) 감독은 계약 마지막 해 팀을 떠났지만, 최원호 감독은 임기 1년 반을 남겨놓고 한화와 결별했다.여러 감독이 중도 사퇴한 한화에는 '감독 대행'의 역사도 길다. 한용덕(2012) 이상군(2017) 최원호(2020) 감독 대행은 최하위권 팀을 맡아 팀 재정비에 집중했다. 성적 부진으로 감독이 바뀐 시즌에는 가을야구에 도전하기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2024년 한화는 조금 다르다. 수백억 원이 선수단에 투자된 상황이다. 한화는 지난 6경기에서 5승 1패로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현재 5위 NC 다이노스와 승차가 5.5경기로 크지 않다. 한화의 새 리더십에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차승윤 기자 chasy99@edaily.co.kr 2024.05.28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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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야구 암흑기·창단 첫 꼴찌 위기, '사상 첫' 외부인 단장 선임서 엿보인 삼성의 의지 [IS포커스]

삼성 라이온즈가 이종열 신임 단장을 선임했다. 삼성 야구단 역사상 첫 외부인 단장이다. 최근 하위권에 머물며 고전한 삼성은 이 단장 선임과 함께 새판짜기에 돌입했다. 삼성은 2023년 정규시즌을 승률 0.427(61승1무82패)로 마쳤다.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고 최하위는 면했지만 하위권에서 시즌을 마무리했다. 시즌 초 주전 선수들의 줄부상이 이어졌고, 베테랑 선수들의 부진, 투수 육성 실패 등이 연쇄 작용을 하면서 고전했다. 8월엔 최하위까지 떨어져 1982년 창단 후 처음으로 꼴찌로 시즌을 마무리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프런트 책임론이 대두된 가운데, 결국 삼성은 시즌 종료와 함께 칼을 빼들었다. 삼성은 지난 8년간 팀을 운영한 홍준학 단장과 결별, 새 단장을 선임했다. 삼성이 그룹 내부 인사가 아닌 외부 인사, 그것도 야구인을 단장으로 선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즌 막판 모그룹이 나서 구단 운영 현황을 파악하고, 유정근 대표이사가 직접 단장 후보군 면접을 진행했다. 그만큼 구단의 쇄신 의지는 강했다. 구단은 논의 끝에 야구 데이터 전문가이자 ‘공부하는 지도자’로 정평이 나 있는 이종열 신임 단장을 선택했다. 구단은 “최신 야구 트렌드에 맞는 강한 팀, 그리고 팬들에게 사랑받는 팀으로 만들어줄 적임자로 판단했다”며 선임 이유를 밝혔다. 1991년 LG 트윈스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한 이종열 단장은 2009년까지 19시즌 동안 선수 생활을 한 뒤 2010년부터 지도자 커리어를 쌓아왔다. 2013년엔 미국 유학을 떠나기도 했고, 2015년부터는 SBS스포츠에서 해설위원으로 활동했다. 각종 국제 대회에서 국가대표팀의 전력분석 업무도 함께 담당하면서 지도자 및 프런트 역량을 키워왔다.이종열 단장은 “KBO 최고의 명문 구단인 삼성 라이온즈의 단장을 맡게 돼 가슴이 벅차다. 저를 선택해 주시고 믿어주신 만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라고 말했다. 이 단장은 “긴 시간 선수 생활을 하면서 배우고 느꼈던 것과 미국에서 보고 배웠던 야구, 해설위원과 대표팀 코치를 하면서 경험한 것들을 삼성에서 펼쳐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단장직을 수락했다”라고 말했다. 삼성은 수년간 하위권을 전전했다. 홍준학 전 단장 체제였던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정규시즌 2위를 차지한 2021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세대교체와 트레이드는 대부분 효과를 보지 못했고, 주전 선수들의 고령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선수 육성에도 실패하면서 전력이 약화했다. “(구단의) 여러 부분을 두루 보완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한 이종열 단장은 “선수 육성에 포커스를 맞추고 삼성을 지속 가능한 성적을 낼 수 있는 강팀으로 만들고 싶다”라고 말했다.이종열 단장은 “테오 엡스타인 스타일로 운영을 하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미국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 단장과 시카고 컵스 사장을 역임했던 테오 엡스타인은 데이터를 활용한 효율적인 구단 운영, 유망주 발굴 시스템을 통한 구단 전력 강화로 팀의 전력 강화를 이끈 인물이다. 2004년 보스턴에선 86년 만에 ‘밤비노의 저주’를 깼고, 2016년엔 컵스에서 108년 된 ‘염소의 저주’를 깨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바 있다. 이종열 단장은 “앞으로 좋은 성적을 지속적으로 낼 수 있는 구단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삼성의 푸른 왕조를 다시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윤승재 기자 2023.10.1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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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새판짜기 돌입, 이종열 단장 선임 "왕조 재건, 테오 엡스타인 스타일로" [공식발표]

삼성 라이온즈가 이종열 신임 단장을 선임했다. 삼성 구단 역사상 첫 선수 출신 단장이 탄생했다. 최근 하위권에 머물며 고전한 삼성은 이 단장 선임과 함께 새판짜기에 돌입했다. 이종열 단장은 1991년 LG 트윈스에 입단해 KBO리그 커리어를 시작, 2009년까지 프로 통산 19시즌 동안 통산 1657경기에 출전하며 1175안타를 기록한 바 있다. 현역 시절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하며 스위치히터로 활약하기도 했다. 은퇴 이후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이종열 단장은 ‘공부하며 노력하는 지도자’로 정평이 났다. 미국에서 지도자 연수를 받고 돌아온 이 단장은 2015년부터 SBS 스포츠에서 해설 위원 활동하면서 각종 국제 대회에서 국가대표팀의 전력분석 업무도 함께 담당했다. 특히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국가대표팀의 수비코치로 활약하며 금메달을 수확하기도 했다. 삼성 라이온즈는 ‘Win or Wow’라는 구단의 캐치프레이즈에 걸맞게 이종열 단장이 최신 야구 트렌드에 맞는 강한(Win) 팀, 그리고 팬들에게 사랑받는(Wow) 팀으로 만들어줄 적임자로 판단했다. 이종열 단장은 “KBO 최고의 명문 구단인 삼성 라이온즈의 단장을 맡게 돼 가슴이 벅차다. 저를 선택해 주시고 믿어주신 만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라고 말했다. 이 단장은 “긴 시간 선수 생활을 하면서 배우고 느꼈던 것과 미국에서 보고 배웠던 야구, 해설위원과 대표팀 코치를 하면서 경험한 것들을 삼성에서 펼쳐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단장직을 수락했다”라고 말했다. 삼성은 최근 하위권을 전전했다. 홍준학 전 단장 체제에서 시작한 2016년부터 정규시즌 준우승을 차지한 2021년을 제외하고 모두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올 시즌엔 여름까지 최하위를 전전하며 창단 최초 꼴찌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모그룹에서 구단 운영에 대한 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결국 삼성이 칼을 빼들었고, 구단 최초로 선수 출신 단장인 이종열 단장을 선임해 변화를 꾀했다. 이 단장은 “삼성이라는 팀 자체가 가지고 있는 역사와 내공이 있다. 최근 전력이 약해졌는데 여러 부분을 두루 보완할 필요가 있다”라면서 “선수 육성에 포커스를 맞추고 지속 가능한 성적을 낼 수 있는 강팀으로 만들고 싶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미국에 있을 때 현지 대학교에서 스포츠 매니지먼트를 지도하고 계신 조성호 교수님과 소통을 자주 했다. 테오 엡스타인(전 시카고 컵스 단장) 스타일로 운영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덧붙였다. 테오 엡스타인은 보스턴 레드삭스 단장과 시카고 컵스 사장을 역임하며 데이터를 활용한 효율적인 구단 운영, 유망주 발굴 시스템을 통한 구단 전력 강화로 팀의 전력 강화를 이끈 바 있다. 2004년 보스턴 레드삭스에선 86년 ‘밤비노의 저주’를 깨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고, 2016년엔 108년 된 ‘염소의 저주’를 깨고 팀의 우승을 이끈 바 있다. 이종열 단장은 “앞으로 좋은 성적을 지속적으로 낼 수 있는 구단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그리고 삼성의 푸른 왕조를 다시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종열 단장은 1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를 방문해 직원들과의 상견례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한다.윤승재 기자 2023.10.16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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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수의 신(信)] 양의지 "내 성공률 60%...공 배합은 투수와 신뢰 쌓는 과정"

양의지(36·두산 베어스)는 ‘곰의 탈을 쓴 여우(곰·탈·여)’로 통한다. 영민하고 현란한 ‘수 싸움’ 능력을 상징하는 표현이다. 현재 KBO리그 넘버원 포수는 단연 양의지다. 최근 10년(2013~2022) 동안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7번이나 수상했다. 이미 김동수(현 SBS 스포츠 해설위원)와 함께 역대 최다 수상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우승 청부사’로도 손색이 없다. 2015·2016시즌 두산, 2020시즌 NC 다이노스 소속으로 한국시리즈(KS) 우승을 이끌었다. 2016년과 2020년에는 KS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포수로 두 차례 KS MVP 오른 선수는 양의지가 역대 최초였다. 현재 ‘국가대표팀 주전 포수’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수도 양의지다. 그는 2009년 이후 열린 국제대회에 6번이나 참가했다. 이 기간 리그 포수 최다 기록이다. 한국 야구 포수 계보를 잇는 레전드 진갑용(현 KIA 수석 코치)은 “허를 찌르는 공 배합으로 타자를 꼼짝도 못 하게 만드는 승부를 자주 보여줬으니, 곰·탈·여라는 말을 듣는 게 아닐까.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쌓인 경험을 제대로 활용하는 포수가 양의지”라고 했다 다른 레전드 김동수도 “일단 영리한다. 투수를 편안하게 만드는 능력도 최고”라고 평가했다. 양의지는 2016 KS에서 두산의 역대 KS 최소 실점(2점) 신기록을 이끌기도 했다. 두산 사령탑 시절이었던 2010년, 양의지를 주전 포수로 만든 김경문 전 NC 감독은 2016 KS에서 자신이 이끄는 팀(NC)을 가로막은 ‘제자’ 양의지에 대해 “리그에서 투수 리그가 가장 뛰어난 포수”라고 인정했다. 2022시즌이 끝난 뒤 두 번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양의지는 친정팀 두산에 복귀해 2023시즌을 치르고 있다. 중위권 전력으로 평가받던 두산은 지난달 창단 최다 연승(11승)을 기록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양의지가 가세한 효과를 자주 언급한다. 양의지는 자신을 향한 높은 평가에 대해 “아직 선수로 뛰고 있기 때문에 은퇴한 뒤에 제대로 받는 게 맞을 것 같다”라고 말을 아꼈다. 변칙적인 공 배합을 잘 구사하는 포수로 인정받는 점에 대해서도 “상황에 맞게 대응하는 건 기본이다. 그렇게 했던 것인데 조금 더 주목을 받는 것 같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공 배합 성공률에 대해 묻자 양의지는 “’투수 공의 제구가 됐다’는 전제로, 내 사인이 의도한 결과로 이뤄질 확률은 60% 정도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예상보다 박한 자기 평가. 이에 대해 양의지는 “‘10번 중 6번은 맞을 자신이 있다’라는 의미도 아니다. 확신을 갖고 투수에게 (구종 또는 로케이션) 사인을 내도 틀릴 때가 많다. 야구를 결국 사람이 한다. 때로는 실수를 하고, 때로는 원래 실력보다 더 힘을 낸다. 데이터가 커버할 수 없는 게 많다고 자주 느낀다. 그래서 공 배합 자체보다 항상 물음표를 갖고 여러 상황을 대비하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양의지는 지난 2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팀 일정을 소화하며 전력 분석 자료가 담긴 테블릿 PC를 지급받고, ‘공부 삼매경’에 빠진 바 있다. 투수의 무실점 투구를 이끈 뒤에도 “데이터대로 사인을 냈다”라고 말할 때가 많았다. 양의지 특유의 똑똑한 공 배합은 데이터에 대한 깊은 이해와 실전 적용 능력이 더해진 것으로 보였다. 그런 양의지가 ‘인간학’적인 접근을 자주 한다. 공 배합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서도 타자 분석이나 승부 결과보다 투수와의 호흡을 먼저 언급했다. 그는 “서로 맞지 않아서, 한 쪽이 발을 맞추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능력을 갖고 있는 투수와 포수가 나서도 불협화음이 생길 수 있다”라며 “때로는 공 배합 능력이 부족한 포수가 똑똑한 투수를 만나서 좋은 경기를 치를 때도 있다. 투수와 포수가 서로를 이해하는 게 먼저”라고 강조했다. 양의지는 타자의 당일 컨디션을 확인하는 노하우를 묻는 말엔 “그건 내 성향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라고 웃어 보이더니 “솔직히 나는 사람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 타자의 자세, 대응하는 모습을 봐온 게 계속 쌓이다 보니, 차이가 생기면 의구심을 갖는 것이다. 물론 틀릴 때도 많지만, 의도적으로 (타자나 경기 모습을) 많이 보기 위해 노력한다. 포수로서 가장 짜릿한 순간은 언제일까. 양의지는 “긴박한 상황, 승부처에서 투수와 과감한 승부를 합의하고,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을 때 ‘이 맛에 야구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기본적으로 (내 공 배합에) 남들(타자)이 못 치면 항상 재미있다”고 말했다. 데이터 분석 자료가 많아지고, 타자와 투수 사이 승부 트렌드가 변할 때마다 양의지는 즐겁다. 그는 “이전엔 레벨(수평) 스윙을 더 강조했는데, 지금은 어퍼컷 스윙으로 타구 발사각을 높이려는 타자가 많다. 그렇게 스윙 궤적이 달라지면, 투수가 어디에 던지면 좋을지, 어떤 공을 던지면 통할지 생각해야 한다. 팀 투수들이 현재 어떤 공이 제일 좋은지도 고려해야 한다”며 “공 배합은 그냥 보는 것도 재미가 있다. 마치 훈수를 두는 것처럼 ‘저 배터리 생각이 나와 같았다’ ‘나는 맞았고, 저 포수는 틀렸다’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할 때도 있다”라며 웃었다. 실제로 지명타자로 나서 벤치를 지키거나, 다른 팀 영상 자료를 볼 때 그렇게 한다고. 양의지는 젊은 투수들의 성장을 이끄는 포수로도 정평이 났다. 특히 NC로 이적한 뒤 보낸 지난 4시즌(2019~2022) 유독 두드러졌다. 이적 초기에는 양의지 특유의 ‘4차원’ 공 배합 리드를 따라가지 못했던 젊은 투수도 있었다. 실제로 NC 투수 신민혁은 데뷔 첫 선발 등판이었던 2020년 8월 13일 롯데 자이언츠전부터 양의지의 사인에 몇 차례 고개를 흔든 바 있다. 양의지는 “투수와 신뢰를 쌓는 모습 과정을 만드는 게 포수의 임무다. 젊은 투수와도 당연히 생각이 안 맞을 수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안타나 홈런을 맞을 수도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으로 사인을 내면 항상 결과가 안 좋았던 것 같다. 그래서 결과를 의식하지 않고 자신감 있게 사인을 내려고 한다. 투수로 마찬가지다. 가장 중요한 건 자신 있게 공을 던지는 것이다. 공 배합보다 그런 점을 더 많이 얘기해 주는 편”이라고 했다. 양의지는 종종 자신의 사인에 머뭇거리는 투수를 향해 오른쪽 손은 가슴 쪽으로 가리키며 ‘믿어라’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한다. 자신이 결과에 책임을 진다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양의지는 “나는 젊은 선수들에게 지나간 일에 대해 잔소리하는 편이 아니다. 과거나 현재보다 더 나아질 수 있는 미래를 강조한다. 더 좋은 선수가 돼 맞이할 수 있는 야구 선수로서의 인생에 대해 얘기를 해주는 편”이라고 했다. 어느덧 30대 중반을 넘어선 양의지는 젊은 포수들이 실력뿐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끼고 있다.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3.08.30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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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수의 신(信)] 진갑용, 그 특별한 '눈 리드'

2008 베이징 하계올림픽 금메달 획득은 한국 야구 역사에서 가장 큰 쾌거로 꼽힌다. 쿠바와의 결승전 9회 말 1사 만루 위기에서 투수 정대현과 호흡을 맞춰 타자 율리 구리엘의 병살타를 유도하며 3-2 리드를 지킨 포수는 바로 진갑용(49) KIA 타이거즈 수석 코치다. 당시 결승전에서 진갑용 코치는 허벅지 부상 탓에 선발로 출전하지 못했다. 9회 말 1사 뒤 후배 포수 강민호가 볼 판정을 두고 항의하다가 퇴장을 당하는 변수가 생기자, 진갑용 코치가 급히 포수 마스크를 썼다. 출전에 앞서 윤석민 투입을 염두에 두고 있던 김경문 대표팀 감독에게 정대현 등판을 추천한 것도 그였다. 불펜에서 직접 공을 본 뒤 내린 결론이었다. 당대 최고의 포수가 국가대표팀 안방을 지킨다. 진갑용 코치는 프로 무대 최정예가 출전하기 시작한 1998 방콕 아시안게임(AG)부터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까지 6개 국제대회에 출전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2013 WBC에선 대표팀 주장을 맡기도 했다. KBO리그에선 삼성 라이온즈 한국시리즈(KS) 우승을 7번이나 이끌었고, 골든글러브만 3번 수상했다. 진갑용 코치는 박경완(현 LG 트윈스 배터리 코치)과 함께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한국 야구 포수 계보를 이었다. 포구와 송구, 기본 중 기본 진갑용 코치는 포수의 타격 능력과 수비력은 명확히 분리해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장타를 많이 때릴 수 있는 포수가 시장 논리에 의해 가치(몸값)가 높아지는 건 필연으로 보지만, 상대적으로 공격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수비력까지 저평가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얘기였다. 진 코치는 “타자는 (야구에서 공을 잡는 사람이라는 뜻의) 수(手)라는 단어가 들어가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포수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을 묻자 진갑용 코치는 주저 없이 “포구와 강한 어깨”라고 답했다. 포구에 대해서는 “포수가 공을 못 받으면(포구 능력이 뛰어나지 않으면) 경기에 나가면 안 되는 게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투수의 공을 받는 게 포수의 가장 기본 임무이고, 이는 결코 쉽지 않다는 의미였다. 진 코치는 투심 패스트볼·컷 패스트볼처럼 무브먼트가 있는 속구들을 잡기 위해선 동체 시력뿐 아니라 ‘공의 길’을 아는 판단력, 그리고 하체의 민첩성까지 갖춰야 한다고 본다. 강견에 대해서는 “타고난 자질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게 사실이지만, 경기에 나서기 위해서는 어깨를 단련해야 한다”라고 했다. “포수뿐 아니라 다른 야수도 마찬가지”라고도 전했다. 진갑용 코치는 선수 시절 통산 도루 저지율 0.357를 기록했다. 2022시즌 800이닝 이상 소화한 포수 중 이 부문 1위였던 박동원의 기록은 35.5%였다. 진 코치는 커리어 내내 뛰어난 도루 저지율을 기록한 셈이다.진갑용 코치는 어깨는 강한 편이었지만, 골반 유연성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하체도 긴 편이라서 선배들로부터 ‘포수할 체형은 아니다’라는 말을 들었다”라고 돌아봤다. 하지만 이런 핸디캡을 커버하기 위해 포구와 송구에 적합한 자세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2000년부터 3년 동안 삼성 배터리 코치로 진갑용을 지도한 조범현 전 KT 위즈 감독은 “포구뿐 아니라 (송구를 위해) 일어나는 동작도 유연성이 좋은 포수와는 달라야 했다. 그래도 진갑용이 자신의 신체 조건에 맞는 자세를 만들더라”라고 돌아봤다. '눈'으로 먼저 이겨라 진갑용 코치는 “아무리 지도자라도 공 배합은 가르칠 수 없는 영역 같다. 솔직히 투수의 공은 옆(더그아웃)에서 봐서는 잘 모른다. 벤치 사인도 맹신할 수 없다. 결국 공 배합 기본을 밑바탕에 깔고 경험을 통해 생긴 자신의 노하우를 녹여서 목표 달성에 가장 높은 확률을 선택할 뿐”이라고 했다. 조금 더 선호한 성향은 있다. 진갑용 코치는 “예전에는 볼카운트 0볼-2스트라이크에서 안타나 홈런을 맞으면 (팀에) 벌금을 내는 내부 규칙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솔직히 버리는 공을 주문하기보다는 바로 승부하는 걸 선호했다. 상황에 따라 신중한 승부가 필요할 때도 있지만, 선발 투수는 ‘타자와 맞붙어줘야 한다’라는 생각이 있었다”라고 돌아봤다. 실제로 투수에게 ‘초구 스트라이크’만큼은 수없이 강조했다고. 진갑용 코치는 투수와의 신뢰 형성에 대해서도 “결국 성공 사례를 많이 만들어주는 게 답이었다. 삼성 시절에는 80~90%는 내 리드에 따라온 것 같다”라며 껄껄 웃었다. 얘기를 나누며 알게 된 진갑용 코치만의 특이점은 있었다. 시선이 날카롭고, 사고가 유연하다는 것이다. 선수 시절 진갑용 코치가 포구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 유독 마스크 사이로 타자를 자주 살폈다. 타석 위치, 스탠스, 배트를 잡은 손의 위치, 그리고 작은 움직임까지 말이다. 실제로 진갑용 코치는 경기 전 배팅케이지에서 타격 훈련을 하는 상대 타자의 모습을 지켜봤다고 한다. 일종의 루틴이었다. 그는 “특히 홈경기는 다른 선수들이 식사를 할 때도 후배 포수들과 그라운드에 나가서 상대 타자들의 타격 모습을 봤다. 특히 중요한 경기는 더 그랬다. 최소한 컨디션 정도는 확인할 수 있다. 그러면 승부 방향 정도는 정할 수 있다”라고 했다. 투수의 기운을 느끼는 눈도 비범했던 것 같다. 일화가 있다. 진갑용 코치에게 “선수 시절 최고의 승부를 꼽아달라"라고 묻자, 그는 2012년 SK 와이번스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 2-1로 앞선 9회 초 무사 3루에서 맞이한 이호준과의 승부를 꼽았다. 당시 마운드 위 오승환은 선두 타자였던 최정에게 3루타를 맞았다. 진갑용 코치는 “풀카운트였고, 앞선 공 6개 모두 포심 패스트볼(직구)를 선택했다. 솔직히 7구째는 나도 손이 말리더라(고민이 되더라). 이런 상황에서 슬라이더 사인을 냈는데, (오)승환이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경우가 거의 없었던 후배다. 뭔가 단호해 보였다. 그래서 직구를 냈다. 결과는 유격수 땅볼이었다”라고 돌아봤다. 오승환-진갑용 배터리는 이후 후속 두 타자를 삼진 처리하며 리드를 지켜냈다. 진 코치는 “나중에 오승환한테 물어보니 (원래 레그킥을 하던 이호준이) 이동발(왼발)을 안 떼고 타격을 했다고 하더라. 변화구 승부는 커트가 될 것 같아 직구를 요구했던 것이다. 솔직히 나는 그걸 못 봤다”라고 설명했다. 마치 스캔을 하듯이 타자의 변화를 살피던 진갑용 코치도 실책 했다. 하지만 후배 투수의 기운을 읽었고, 그의 선택을 믿어주며 최선의 결과를 얻었다. 베이징 올림픽 결승전에서도 허리 통증을 안고 있던 정대현을 추천했던 진갑용 코치였다. 한국 야구 대표 포수의 눈. 특별한 게 있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 2023.08.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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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대회 사실상 개근 김현수, 도쿄의 눈물을 떨쳐라

김현수(35·LG 트윈스)는 야구 국가대표팀 단골 멤버다. 사실상 국제대회에 개근하고 있다. 김현수는 지난 4일 발표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최종 30인 엔트리에 포함됐다. 이번 대회를 통해 개인 10번째로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김현수와 대표팀의 인연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처음이었다. 당시 두산 베어스 스승이자 대표팀 사령탑이었던 김경문 감독의 발탁으로 대표팀에 합류한 김현수는 일본전 대타 결승타를 때려내며 국제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전승 금메달 신화를 시작으로 2009년 WBC 4강,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AG) 금메달 영예까지 함께했다. 1라운드에서 탈락한 2013년 WBC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도 주축 선수로 활약했다. 김현수는 초대 우승을 차지한 2015 프리미어12에서는 총 8경기에서 타율 0.333 13타점을 기록,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이때 활약을 발판으로 2015년 12월 미국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2년 총 700만 달러(87억원)에 계약하며 빅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김현수가 프로 데뷔 후 성인 국제대회에 나서지 못한 건 2017년 WBC가 유일하다. 당시 소속팀 볼티모어가 김현수의 대표팀 차출에 반대했기 때문이었다. 김현수는 2018년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은 후엔 다시 대표팀에 개근하고 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AG를 시작으로 2019 프리미어12, 2020 도쿄 올림픽까지 출전했다. 국제대회에 많이 선발되는 건 그만큼 실력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김현수는 한국 야구대표팀 최다 경기 출전(59경기), 최다 안타(76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개인 10번째 WBC를 통해 기록을 더 늘릴 수 있다.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타율 0.362(KBO 통산 타율 0.316)를 기록, '국제용 타자'라는 기분 좋은 별명까지 얻었다. 김현수는 국제대회에 많이 출전한 덕에 국가대표 포상 포인트 제도에 의거해 FA 자격을 1년 앞당겨 재취득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올림픽(2회)과 AG(3회), WBC(2회), 프리미어12(2회) 등에 출전하며 포상 포인트가 한 시즌 요건인 145일을 가볍게 넘어섰다. 김현수도 어느덧 30대 후반을 바라보고 있다. 이번 WBC를 통해 직전 도쿄올림픽에서 흘린 눈물을 환희로 바꾸고 싶어 한다. 김현수는 도쿄올림픽에서 타율 0.400 3홈런 7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도미니카공화국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4회 쐐기 홈런을 터트렸다. 하지만 대표팀은 노메달 수모에 그쳤다. 주장을 맡은 김현수는 더욱 아쉬움이 컸다. 그는 3·4위전 패배 후 "최선을 다했고 후배들을 정말 잘해줬다. 내가 잘 못해서 진 것 같다"며 눈물을 흘렸다. 앞서 금메달을 획득했지만 여러 논란이 뒤따른 2018 AG, 준우승에 그친 2019 프리미어12 모두 주장을 맡았지만, 결과가 매번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김현수는 최근 2년 KBO리그 정규시즌에서 연속 2할 후반대 타율로 다소 주춤했다. 그러나 최근 2년 연속 결승타 1위(19개-17개)를 기록하며 해결사의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이번 대표팀에서도 주전 활약이 예상된다. 김현수를 포함해 외야수로 이정후(키움 히어로즈) 나성범(KIA 타이거즈) 박해민(LG) 박건우(NC 다이노스) 등 5명이 뽑혔다. 상황에 따라 지명타자나 1루수로도 얼마든지 출전할 수 있다. 김현수는 이번 WBC 대회에서 경험을 앞세워 명예회복에 나선다. 이형석 기자 2023.01.16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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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감독과 베이징 금메달 영웅이 한자리에…시구, 시포, 공로패까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야구의 날'을 맞아 김인식 감독과 김경문 감독에게 공로패를 시상한다. KBO는 오는 23일 고척 KIA 타이거즈-키움 히어로즈전에 두 감독을 초청해 공로패를 전달한다. 김인식 감독은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2009년 제2회 WBC 결승 진출을 통해 한국 야구의 위상을 드높였다. 이때 '국민 감독'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이어 2015 프리미어12 초대 우승까지 이끌었다. 김경문 감독은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9전 전승 금메달 신화를 이뤘다. 김경문 감독이 23일 고척 KIA-키움전 시구를 맡고, 베이징 올림픽 우승 당시 포수였던 진갑용 현 KIA 수석코치가 공을 받을 예정이다. '야구의 날'은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9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획득한 8월 23일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됐다. 이형석 기자 2022.08.2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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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포커스]대표팀 지휘봉 잡은 '강철 매직'

이강철(56) KT 위즈 감독이 신음하는 한국야구를 구원할 임무를 맡았다. '우승 감독'이 '명장' 반열에 오르는 걸음을 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21일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비 국가대표팀 기술위원회를 개최, 이강철 감독을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KBO는 "단기전에서 마운드 운영 능력이 중요하다. 그 점을 고려해 최종 후보를 선정했다. 이강철 감독은 KBO리그에서 투수 코치로 오랜 경력을 쌓았다. 뛰어난 분석 및 효율적인 기용 능력을 높이 평가해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2017 아시아프로야구 챔피언십(APBC)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 투수 코치를 역임한 바 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이끈 류중일 감독(당시 삼성 라이온즈) 이후 8년 만에 현역 프로팀 감독이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그사이 야구 대표팀 감독은 '독이 든 성배'가 됐다. 사상 처음으로 전임(專任) 감독을 맡은 선동열 감독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우승 후 선수 선발 논란 탓에 자진해서 사퇴했다. 뒤를 이은 김경문 감독은 2019 프리미어12 대회 결승전에서 일본의 벽을 넘지 못하고 준우승에 머물렀다. 지난해 치른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대표팀이 동메달조차 따지 못해 큰 비난을 받았다. 선수들 몸값은 매년 치솟고 있지만, 한국 야구는 국제대회에서 망신을 당했다. '우물 안 개구리'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KBO리그는 '위드 코리아' 시대와 함께 다시 예전의 인기를 되찾고 있지만, 대표팀의 경쟁력에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붙어 있다. 더구나 메이저리거들도 참가하는 WBC는 최고 수준의 국가대항전이다. 한국야구는 2013·2017년 대회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휘봉을 잡은 이강철 감독의 어깨는 더 무거울 수밖에 없다. 선수 선발부터 난항이 예상된다. KBO리그 최고 투수로 성장한 안우진(키움 히어로즈) 선발부터 쉽지 않다. 그는 고등학교 3학년 때 학교폭력 전력이 밝혀져 대한체육회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로부터 국제 대회 출전 자격을 박탈당했다. 그러나 WBC는 메이저리그(MLB)가 주관하는 대회이기 때문에 체육회의 징계가 적용되지 않는다. 안우진의 대표팀 승선 여부를 두고 야구팬의 여론이 갈리고 있다. 감독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강철 감독은 지난해 '만년 꼴찌'였던 KT를 통합 우승으로 이끌었다. 선수 시절 '2인자' 꼬리표를 떼어내고 최고로 인정받았다. 현재 대표팀이 처한 악재를 이겨내고 WBC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지도자로서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도 WBC 감독 발탁을 기회로 생각하는 것 같다. 이강철 감독은 "(리그에서) 우승한 덕분에 영광스러운 자리를 맡게 됐다. 책임감을 느낀다. 야구팬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WBC에서)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전했다. 안희수 기자 2022.07.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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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최고 타자는 심우준? 사령탑의 이유 있는 홍보

심우준(27·KT 위즈)은 지난해 2020 도쿄 올림픽 국가대표라는 목표를 세웠다. '수비에 비해 공격력이 떨어진다'는 선입견을 지우고 재평가를 받기 위해 그 어느 해보다 많은 땀을 흘렸다. 최종엔트리 발표일(6월 16일) 하루 전 기준으로 타율 0.313를 기록하며 리그 유격수 중 가장 좋은 타격 성적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최종엔트리에 그의 이름은 없었다. 김경문 국가대표팀 감독은 국제대회 경험과 멀티 포지션 소화 여부 등을 기준으로 오지환(LG 트윈스), 김혜성(키움 히어로즈)을 선택했다. 경쟁력을 증명하고도 목표를 이루지 못한 심우준은상심할 수밖에 없었다. 최종엔트리 발표 이후 20경기에서 타율 0.135에 그치며 심적으로 흔들린 모습을 보였다. 한 차례 고배를 마신 심우준은 오는 9월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승선을 위해 다시 칼을 갈고 있다. 올 시즌 초반 타격감도 매우 좋다. 4월 한 달 동안 타율 0.328(을 기록했다. 160이닝 이상 소화한 리그 유격수 중 가장 좋은 타격 성적이다. KT 팀 내에서도 유일하게 3할 타율을 넘긴 타자였다. 출루 능력은 리그 정상급 수준이다. 0.431를 기록하며 한동희(롯데 자이언츠), 한유섬(SSG 랜더스), 호세 피렐라(삼성 라이온즈)에 이어 이 부문 월간 4위에 올랐다. 2021시즌 460타석에 나서 32개밖에 얻지 못했던 볼넷이 많아졌다. 올 시즌은 75타석에서 10개를 기록했다. 심우준의 출루율이 높아지자, 상대 배터리는 부담이 커졌다. 2020시즌 도루왕(35개)을 차지했던 심우준도 올 시즌도 한 달 동안 5개(도루성공률 83.3%)를 기록하며 누상에서 존재감을 보여줬다. 이강철 KT 감독은 "심우준이 이전에는 빠른 발을 믿고 그저 쳐서 나가려고만 했다. 올 시즌은 출루 루트가 많아졌다. 볼넷도 많이 골라내고 기습번트도 한다. (심)우준이가 출루하면 상대 팀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팀 공격에 큰 힘이 되고 있다"라고 칭찬했다. 원래 좋은 평가를 받던 수비에 대해서는 "올 시즌은 송구 능력이 더 좋아진 것 같다. 오지환과 함께 수비력이 가장 좋은 유격수라고 생각한다"라고 평가했다. 이강철 감독은 "심우준은 태극마크를 달 자격이 충분하다"라며 류중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과 기술위원회를 향해 소속 선수를 어필했다. 심우준은 지난달 9일 발표된 항저우 아시안게임 예비엔트리에 와일드카드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내 기준이 높아서 그런지 몰라도 유격수가 눈에 띄지 않는다"라는 고충을 털어놓은 바 있다. 박성한(SSG), 김지찬(두산), 안재석(두산 베어스) 등 소속팀에서 주전을 맡은 젊은 유격수도 예비엔트리에 있지만, 상대적으로 경험이 많은 유격수가 와일드카드로 뽑힐 가능성이 있다. 심우준은 현재 공격·수비·주루 모두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2.05.03 06:59
야구

KS 탓에 단 하루가 부족...알고 보면 구멍 투성이 국대 혜택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22일 2022 자유계약선수(FA) 자격 선수 명단을 발표했다. 2022 프로야구 FA 시장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그런데, 이번 FA 자격자 명단에 양의지(34·NC 다이노스)가 이름을 올릴 수도 있었다. 공교롭게도 과거 국가대표팀 합류가 며칠 늦어졌던 일 때문에 자격 규정에서 단 하루가 모자라 FA 자격을 얻지 못했을 뿐이다. 국가대표 포수 양의지는 2019년 NC와 4년 계약을 맺고 3년이 지났다. 그동안 양의지는 국가대표팀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기 때문에 FA 등록일수 보상 혜택을 통해 올 시즌 후 FA 자격을 얻을 수 있는 수준까지 등록일수를 채워왔다. KBO는 국가대표로 출전한 선수들에게 FA 등록일수를 보상으로 준다. 이 제도는 2009년 처음 시행됐고, 한 차례 변화를 거쳐 현재 규정상으로는 대표팀의 대회별, 성적별로 포인트(동일 일수로 치환)를 산정해 선수의 등록일수를 보상한다. 양의지는 2015년 프리미어12를 시작으로 대표팀에 쭉 소집됐다. 그가 출전한 2015년 프리미어12(28일),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28일), 2018년 아시안게임(25포인트), 2019 프리미어12(준우승 30포인트와 올림픽 본선 진출 30포인트), 2021년 도쿄올림픽(10포인트)을 합치면 모은 등록일수가 151일에 달한다. FA 자격요건 1년 기준인 145일을 넘긴다. 이미 지난해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등록일 보상이 시작된 2009 WBC 때부터 대표팀 단골이었던 김현수는 145일을 한참 전에 넘기면서 지난해 FA 계약 3년 만에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LG 구단 측이 잔여 계약 권리를 별도로 보유하고 있었고, 김현수 측도 다음 계약 때 3년 계약을 맺은 후 재취득 때 사용하겠다고 보류해 발동되지 않았다. 그런데 양의지는 김현수와 상황이 또 달랐다. 일간스포츠가 KBO에 확인한 결과, 양의지가 쌓은 보상일수는 151일이 아닌 144일이었다. 2015년 프리미어12가 변수였다. 당시 한국시리즈를 치러야 했던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 선수단은 다른 대표팀 선수들에 비해 일주일 늦게 훈련에 합류했다. 두산 소속이었던 양의지도 마찬가지였다. 이 때문에 그의 총 등록일수 혜택이 144일로 줄어들었다. 자격요건 1년에 해당하는 145일을 단 하루 차이로 채우지 못하게 됐다. 물론 자격 요건을 채웠다 해도 양의지가 FA 자격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김현수의 경우처럼 FA 자격이 주어지더라도 구단이 계약을 해지해야만 실행할 수 있다. KBO리그의 인위적인 FA 기준 때문이다. 계약이 끝나면 문자 그대로 자유계약이 되는 메이저리그(MLB)와 달리, KBO는 4년이 지나야 FA 권리 재취득이 가능하다. MLB 선수들은 계약 중도 해지(옵트 아웃) 권리를 계약에 추가해 향후 더 큰 계약을 노린다. 트레버 바우어(LA 다저스)처럼 매년 옵트 아웃 권리를 계약에 포함하는 극단적인 경우도 있다. 반면 KBO는 계약을 해지하더라도 FA를 행사할 수 없기 때문에 옵트 아웃을 넣기 어렵다. 지난 2020년 안치홍이 롯데 자이언츠와 계약할 때 2년 후 자유롭게 이적할 수 있는 권리를 넣었지만, 2년 후 잔류 여부를 구단과 합의해야 하는 상호 옵션(mutual option) 형태였다. 옵트 아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등록일수 보상은 결장 시즌의 빈자리를 채우는 반쪽짜리 혜택에 불과하다. 문제는 향후 국가대표 FA 등록일수 보상으로 FA 선언을 앞당길 수 있는 선수들이 쏟아져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박민우(70일), 박종훈(85일), 박건우(98일) 등 젊은 선수들이 향후 국제대회 출전과 성적에 따라 145일을 넘길 수 있다. FA 권리 행사 문제가 앞으로 뜨거운 감자가 될 수 있다. 2년 연속 비슷한 경우가 나온 만큼 국가대표 FA 등록일수 보상 규정의 실효성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국가대표 혜택은 정상급 선수들이 국제대회에 참석하고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유인이어야 한다. 등록일수만으로 계산하던 2017년 이전의 경우, 양의지처럼 외부적 요인으로 인한 변수는 참작해 조정할만하다. 국가대표 혜택에 한하여 3년 후 FA 권리와 함께 옵트 아웃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145일 이상을 모아 선수가 FA 권리를 독자적으로 선언할 수 있어야 국가대표 혜택이 반쪽이 아닌 '진짜' 당근이 될 수 있다. 차승윤 기자 2021.11.24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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